전자신문 2014.3.16 황태호기자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모바일 이외의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중저가 서버까지 ARM에 종속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124 산업의 자생력을 조속히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ARM 코어 기반의 칩을 이용한 서버 제품 출시가 본격화된다. 모바일 AP 시장을 90% 이상 장악한 ARM이 새 먹거리로 중저가 서버 시장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우선 퀄컴·AMD가 ARM 코어를 이용해 서버 시장 진입을 노린다. 최근 새로 선임된 스티브 말렌코프 퀄컴 CEO는 취임 일성으로 “올해 나아갈 방향은 ARM 코어 저전력 서버 칩”이라고 밝혔다. AMD역시 지난달 말 ARM 기반 64비트 서버용 프로세스 출시를 예고했다,
서버 완제품 제조사들도 마찬가지다. 델은 ARM 기반 칩을 탑재한 서버 테스트를 시작했다. HP·삼성전자는 서버 완제품을 내놓거나 개발 중이다. 국내 호스팅·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스마일서브는 최초로 ARM 기반의 ‘전기선 없는 서버’를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았다. 또 인터넷 공룡 구글이 개발 중인 자체 서버 프로세서 칩도 ARM 코어를 쓴다.
이들 ARM 코어 서버 칩 진영은 인텔 x86과 같은 고성능 칩이 필요 없는 마이크로서버 시장을 노리고 있다. 모바일 시장을 독차지하다시피 한 ARM의 저전력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비용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버 제품이 64비트까지 평준화되면서 저전력이 서버 시장에서 화두가 됐다”며 “ARM 코어는 저전력 기술에서 최대 강점을 가져 인텔의 위협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ARM 진영이 마이크로서버 주 수요층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세를 더욱 넓힐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서버 시장이 국내에서 키워 볼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결국 인텔에 이어 ARM에 종속당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내 시스템 반도체 업계도 민관의 힘을 모으면 저가 서버나 태블릿PC용 CPU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ARM의 시장 공략을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두 대 필요한 중소기업 서버용 CPU까지 ARM 코어에 점령당할 우려가 높다”며 “필요 이상의 스펙을 가진 외국산 칩세트를 탑재한 제품을 ‘울며 겨자먹기’로 사용하는 일이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지적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지난 2012년부터 정부 주도로 ‘업계 표준 아키텍처(ISA)’를 만들고 있다. ARM 코어를 중국 기업들에 맞게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ARM·MIPS327 등 주요 반도체 설계 회사와 협약을 맺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중국은 엄청난 내수 시장의 힘을 앞세워 ARM에 협상력을 지닐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