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21, 2009

개별 영역에서 엔드투엔드로 진화

물리적인 한계에 제약받지 않고 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인만큼 네트워크 분야도 가상화 바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다른영역에 비해 아직 초기 단계지만 계속적으로 진화 과정을 거쳐 나가고 있다.

네트워크 업계에도 가상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서버나 스토리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명확한 정의가 내려져 있지 않다. 게다가 수요 예측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초기 시장 형성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물리적인 한계에 제약받지 않고 자원을 보다 유연하게 활용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인만큼 네트워크 분야도 가상화 바람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업계에 알려진 네트워크 가상화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협의의 의미로는 10년 전부터 활용하고 있는 VLAN(Vitrual LAN)을 일컫는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활용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관련 기술도 크게 진화되고 있는 만큼 네트워크 가상화의 대표적인 형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비해 광의의 의미로 네트워크 가상화는 VLAN의 네트워크 영역 뿐만 아니라 보안영역, 스토리지네트워크 영역, 서버 네트워크 영역, 애플리케이션 스위치 영역, VPN 등을 포괄한 엔드투엔드 가상화를 뜻한다.

협의의 네트워크 가상화 ‘VLAN’

VLAN은 LAN을 논리적으로 나눠 독립적으로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유휴 자원의 재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가상화 개념과 유사성을 갖고 있다. 만약 LAN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는 회사가 대대적인 인사 개편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회사의 LAN은 일반적으로 업무별, 부서별로 묶여진 작은 규모의 LAN(보통 워크그룹)으로 구성된다. 인사, 회계, 마케팅 등 기존의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은 인사 개편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가상 LAN은 PC, 케이블, 네트워크 장비 등을 옮기지 않고도 간단한 작업을 통해 새로운 워크그룹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때문에 네트워크 관리자의 입장에서 가상LAN은 일손의 상당부분을 덜어주는 기술일 것이고 각각의 워크그룹들은 독립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보안적인 측면에서도 보다 안전한 셈이다.

각 부문별 가상화에 초점 맞춰져

현재 VLAN도 네트워크 업계가 급변하면서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해왔다. 보안 강화를 위한 목적으로 사설VLAN(PVLAN; Private VLAN)이 등장했고 이는 데이터센터 또는 서버 팜에서 보안을 강화하는 기술로 현재 여러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또 VoIP 시대에 맞춰 데이터 VLAN과 음성 VLAN을 구분하기 위한 음성 VLAN 태그를 별도로 인식하는 VLAN으로도 변모하고 있다. 이처럼 VLAN도 그동안 정체돼 있지 않고 보안 영역에서부터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발전해 오고 있다.

VLAN 처럼 가상 방화벽(Virtual Firewall), 가상사설망(VPN), 가상 SAN(Virtual SAN) 등으로 각 부문별 가상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상화라는 용어 자체가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가 모든 IT 인프라의 기본 뼈대이자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부문별 가상화 기술을 제공하고 있는 업체는 여러 곳이 있다. 주니퍼네트웍스, 라드웨어, F5네트웍스, LG-노텔 등이 방화벽, VPN, 애플리케이션 스위치 등 특정 영역에 초점을 맞춰 가상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최근 자사 네트워크 관련 제품에 가상화 기능 지원 범위를 적극적으로 넓혀나갈 예정이어서 네트워크 가상화 시장규모가 점차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F5네트웍스의 경우는 자사의 SSL VPN과 GTM(Global Traffic Management) 솔루션을 필두로 최근 가상화를 적극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남덕우 F5네트웍스코리아 지사장은 “이들 솔루션은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크 사이에 구축돼 네트워크 가상화를 보다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향후 기업들의 재해복구 센터 구축이 보다 활성화되면 이들의 활용도는 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트워크 관련 업체중 네트워크 가상화에 대해 가장 명확한 전략을 내놓은 곳은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다. 이 회사는 전체적인 가상화를 그릴 수 있는 엔드 투 엔드 가상화를 지향하면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박승남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상무는 “다른 네트워크 업체와는 특정 영역의 가상화 경쟁일 뿐 네트워킹 가상화 경쟁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전체적인 네트워크 가상화 그림이나 유기적 연동성에서는 시스코가 우월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영역별 유기적 연동이 관건

네트워크 가상화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의 관련 제품과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연동돼야 하며, 이를 통합 관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수년 전부터 소개돼왔던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들이 아직도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배경에는 전체적인 밑그림과 디자인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효과적인 관리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각각의 가상장비에 대한 설정 등을 잘못할 경우 오히려 관리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승남 상무는 “각 영역별 가상화 기술을 톱니바퀴 돌아가듯이 치밀하게 연동시키는 것이 지금 업계의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사용자들도 이에 공감한다. 오늘과내일 네트워크운영부 홍석범 차장은 “네트워크 가상화라고 정확히 명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부분 VLAN을 비롯해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다 더 전사적인 네트워크 가상화 구현에 관리자들도 목말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현희 기자 ssung@ittoday.co.kr

[IT TODAY 2007년 7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