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원문 기사전송 2009-08-25 02:09 최종수정 2009-08-25 03:43
[중앙일보 홍승일] 얼마 전 차세대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그린화 방안이라는 일반인에게 다소 생소한 정책이 지식경제부에서 나왔다. 데이터센터의 그린화란 한마디로 전산실에서 소모하는 에너지를 줄이자는 것이다. 정보기술(IT)이 굴뚝 없는 산업으로 간주됐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전산실 등의 에너지 과용 문제가 이제 녹색 운동의 도도한 흐름을 비켜나기 힘들게 된 것이다. 지난 한 해 국내 70여 곳 인터넷데이터센터가 소비한 전력은 11억㎾다. 전기요금으로 따지면 대형 데이터센터 하나가 연간 전기료로 50억~60억원을 쓴다. 전기 에너지는 석유 자원, 탄소 배출, 기후 변화 등의 문제와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전기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여럿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IBM·AMD 같은 글로벌 IT 업체들이 결성한 그린그리드연합의 목표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하나가 고성능 메인 프레임으로 서버를 통합하는 것이다.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전 세계 기업과 공공시설들은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처리·저장하려고 서버를 엄청난 규모로 증설해 왔다. 하지만 늘어난 서버 대수와 실제 가동률은 비례하지 않는다. 장차 수요에 대비해 마구잡이식으로 서버를 증설한 결과 데이터센터의 장비 가동률은 평균 10~20%에 머무르기 일쑤다. 이에 비해 서버가 차지하는 공간이 과다하고 관리비·전기료는 치솟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대의 서버를 하나의 고성능 서버로 통합하는 방안이 고안됐다. 미국 보험회사인 네이션와이드는 700대 이상의 유닉스 서버를 가상화 기술을 이용해 단 두 대의 메인 프레임으로 교체했다. 전산실 공간을 80% 줄인 것을 포함해 3년간 16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또 다른 방법은 데이터센터·전산실의 열 발생 지점을 진단하고 열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서버 배치와 냉각 방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미 샌프란시스코의 ADC사는 빗물을 냉각수로 재활용해 데이터센터 온도를 낮춘다. 스위스 GIB-서비스는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열을 지역 주민 수영장의 물을 덥히는 데 쓴다. 캐나다의 한 광산업체는 이 열로 한겨울 창고 난방을 한다. 미 콜로라도주의 IBM 그린 데이터센터는 열을 식히는 데 에어컨 대신 자연 공기를 활용해 전기 사용을 절반으로 줄였다. 호스트웨이코리아는 서버 배치를 최적화하고 국내 처음 외부 공기를 활용하는 냉각 방식으로 1년 반 만에 이에 들어간 투자비를 회수했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는 이런 아이디어들을 국내에서도 적극 도입할 때 같다.
이휘성 한국IBM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