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 5, 2014

"클라우드 컴퓨팅 정보보안에 취약한가?"

한국경제, 2014-12-02, 손영동 <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은 인터넷을 만들어냈다. 인터넷은 세상 거의 모든 것을 휘감으며 끝없이 팽창해가는 디지털 정보를 빨아들이고 있다. 놀랍게 빨라진 세상은 이전과는 다른 문화와 생활양식을 탄생시키면서 지구촌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환경으로의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새로운 가치를 함축하고 있는 핵심 인프라가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자신의 정보를 자기 호주머니가 아닌 인터넷에 저장해두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개인이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사라지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만 하면 된다. 때문에 디지털 불평등을 해소하는 해결책도 될 수 있다. 급격한 기술의 발달로 인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가 줄기 전에 또다시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생성돼 정보의 비만과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얼마 전 애플이 운영하는 아이클라우드(i-cloud) 계정이 털려 할리우드 여배우 누드사진이 유출된 사고가 있었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이 클라우드의 보안 취약성을 우려하지만 아이클라우드가 해킹된 방식은 사용자 아이디의 암호가 풀릴 때까지 무차별적으로 암호를 대입하는 방식이었다. 해커들이 아이클라우드의 취약점을 파악해 서버를 직접 공격해서 정보를 빼낸 게 아니라, 사람들이 여러 서비스에 같은 아이디를 사용한다는 데 착안해 옛날 방식으로 비밀번호를 알아내거나 끼워 맞춘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향후 5년간 연평균 22.8%씩 성장해 2018년 약 14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정보기술(IT) 성장률의 6배가 넘는 수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감에도 우리가 클라우드 도입을 꺼리는 이유 중에는 보안문제가 항상 상위에 랭크돼 있다. 대규모 해킹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로 인해 더욱더 보안에 대한 우려가 심한 상황이다. 급기야 클라우드가 정보보안에 취약하니 무조건 이용하지 말자라는 식이다. 마치 비행기 사고가 나면 위험하니 비행기를 타면 안 된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실제 비행기는 고도로 훈련받은 조종사가 운항하고 사고 발생은 극히 예외적이다. 이에 반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승용차의 경우 과속과 운전미숙 등으로 사고 발생률은 훨씬 높다. 우리는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 한다. 가용성 휴리스틱은 어떤 문제나 이슈에 대해 무언가를 찾기보다는 당장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것을 우선하는 경향을 말한다.

우리가 PC를 사용할 때 운영체제와 각종 보안패치를 업그레이드해야 하지만, 귀찮아서 못하거나 시스템 오류 등으로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경우도 있어 사실상 유지·관리를 전문가처럼 하기가 어렵다. 결국 상당수 개인용 PC는 언제든 해킹의 위협에 노출돼 있거나 소위 ‘좀비PC’가 돼 해킹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에 반해 클라우드 서비스는 전문가집단이 시스템과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한다.

아마존이 독식하고 있는 클라우드 시장에 구글ㆍIBMㆍMSㆍ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각국 정부도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에 박차를 가하고자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인 중앙정보국(CIA)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해외 사례와 같이 우리도 정부 차원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안전하게 사용하는 선례를 만들면 이를 계기로 민간부문의 활성화가 이뤄진다.


지금처럼 검증도 되지 않은 우려만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배척한다면 글로벌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2013년 10월 ‘클라우드 발전법’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국회에서 심의조차 받지 못하고 계류 중에 있다. 아마존·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둘 국내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안 처리가 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