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ICT는 지금과 비교하여 얼마나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답을 ‘M.A.G.I.C’이란 5개의 철자로 제시한 행사인 ‘2019 퓨처 ICT 포럼’이 지난 27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되어 주목을 끌었다.
‘M.A.G.I.C’이란 이른바 ICT 분야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모빌리티(Mobility)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의 철자를 따서 만든 조합어다. 현실 세상을 이들 ICT 분야가 마치 마술과도 같이 신비롭게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연결고리 이자, 21세기 초연결 시대를 이끌 ICT의 미래상을 전문가들과 함께 조망하면서 각자의 견해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인간과 지식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힘이 되는 세상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포럼이 특히 화제가 된 것은 기조발제를 맡은 ‘제롬 글렌(Jerome Glenn)’ 박사의 유명세 때문이다. 미래학자들의 모임인 ‘밀레니엄 프로젝트(Millenium Project)’와 ‘세계미래연구기구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글렌 박사는 40여 년간 미래를 연구해 온 세계적 미래학자이다.
‘다음 세대는 의식기술(conscious technology)의 시대’라는 주제로 발표한 글렌 박사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의식기술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예측하면서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가,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가 우선이 됐다면 의식기술 시대에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네트워킹이 가장 주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렌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의식기술의 시대는 디지털 기술이 신체와 융합하고, 통신을 통해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들이 다양하게 연결되는 시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인간과 지식이 연결된 네트워크가 힘이 되고, 돈이 되는 시대라는 것이다.
그는 “2030년쯤이 되면 인간은 로봇화되고, 주변 환경은 지능화되어서 인간과 주변 환경이 센서를 통해 네트워킹되는 의식기술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식기술 연구의 대표적 사례로는 페이스북이 추진하고 있는 ‘빌딩 8(Building 8)’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페이스북이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인 구글 X와 미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에 몸담았던 ‘레지나 듀건(Regina Dugan)’을 최고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녀는 인터뷰에서 “뇌파로 말하고 피부로 듣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라고 밝히면서 “이 외에도 초감각의 의식기술을 만날 수 있는 수많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과제들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뇌파를 통해 대화하는 페이스북의 프로젝트 명칭은 ‘사일런스 스피치(Silence Speech)’라고 알려져 있다. 해당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팀은 뇌파를 이용하여 분당 100자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피부로 듣는 방법을 통하여 인류에게 새로운 감각을 제공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범용 인공지능의 등장에 대비해야
글렌 박사는 의식기술의 발전을 인간 지능의 능력이 증강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그는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가 1991년에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면서 “대략 2030년에서 2050년 사이가 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스티브잡스와 빌게이츠처럼 증강된 천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범한 사람을 증강된 천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뉴럴 링크(Neural Link)’를 들 수 있다.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CEO가 설립한 이 회사는 인간의 뇌에 작은 전극을 심어 무선으로 컴퓨터와 연결한 뒤 생각을 공유하는 기술인 ‘뉴럴 레이스(Neural Lace)’를 개발하고 있다.
머스크 CEO가 뉴럴 링크를 설립한 이유는 인공지능을 대단히 위험한 존재로 보는 그의 근본적 인식 때문이다. 머스크는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인공지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더 똑똑해지는 것밖에 없다”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디지털 시대를 사는 인간은 뇌에 입력되는 정보량에 비해 출력량이 못 따라가는 한계를 겪고 있다”라고 우려하며 “두뇌 속에 뉴럴 레이스를 삽입하면, 뇌에서 디지털 디바이스로 직접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되므로 그런 한계를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글렌 박사도 머스크 CEO의 이런 의견에 어느 정도는 동조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을 다스리는 것 같은 극단적 상황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일자리 등을 통해 생존을 위협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글렌 박사는 “분명한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여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라고 전망하며 “당장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narrow AI)’은 전 세계적으로 실업과 관련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바둑이나 번역 등 특정 분야에서만 능력을 발휘하는 인공지능을 ‘좁은 의미의 AI’라고 한다. 이는 ‘범용 인공지능(general AI)’과는 상반된 개념으로서 스스로 학습하고 목표를 설정할 줄 아는 범용 인공지능이 출현한다면, 일자리뿐만 아니라 사람 중심의 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미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글렌 박사는 “한국은 ICT 기술이 고도화되었으면서도, 인간의 정신과 관련한 전통이 내려오는 거의 유일한 국가”라고 평가하며 “만약 한국이 인간의 지능을 높이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연구한다면 미래의 위상은 지금과는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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