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1, 2015

스마트해져야 할 것들

우리 주위에 아직 스마트하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이른 새벽 서울 외곽에선 텅 빈 교차로와 횡단보도의 신호 대기 때문에 5분에 갈 거리를 20분쯤 걸리는 일이 흔하다. 이럴 때마다 우리 정보기술(IT)로 보행자나 자동차의 유무를 감지할 능력이 있는데, 왜 자동교통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불필요한 신호대기로 연료와 시간 낭비, 신호 위반에 따른 사고 등 국민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엄청날 텐데 말이다.

외국에는 자동감지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다. 빈 주차장을 안내해주는 스마트파킹도 시행되고 있다. 도심에서 주차장을 찾아다니는 차량이 교통량의 3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하니 정말 필요한 서비스다. 우리나라도 스마트 신호등과 스마트 파킹 시범사업 계획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 동네에 스마트한 교통시스템이 설치될 것이라는 기대는 당분간은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계량기도 스마트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전기·수도·가스 계량기는 지난 수십년간 기능이나 디자인 면에서 변한 것이 거의 없다. 태양광 계량기를 예로 들면, 매일 생산한 전력량을 알기 위해서는 일몰 직전에 계량기를 확인해야 한다. 해가 지면 그 데이터가 지워지기 때문이다. 또 각종 계량기들은 가려놓고 싶을 만큼 흉한 모양이 대부분이다. 지능형 자동온도조절기 제조사인 네스트가 구글에 32억달러에 인수된 데는 참신한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한다.

영국은 7000만개 검침기를 스마트 검침기로 바꾸는 세계 최대 규모 교체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스마트그리드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계량기 교체사업도 추진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스마트 의료서비스도 갈 길이 멀다. 올해 들어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되면서 심박수·혈압·체중 등을 점검하고 기록하는 착용형 핏(fit) 제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에 비해 진료·검진 등의 의료 기록은 각 병원에 흩어져 있으며 호환 및 교류가 막혀 있다.

가로등을 LED로 교체하면 40%, 네트워크에 연결된 스마트 조명시스템으로 교체하면 추가로 30%의 절전이 가능하다고 해 선진국에서 이미 스마트조명시스템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엔 260억개의 사물인터넷 중 10억개가 전등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공공시설 및 대형 건물의 전등부터 빨리 스마트해져야 한다.

이 밖에도 초연결시대가 다가오는 현실에서, 스마트하지 않은 예는 많다. 스마트시스템을 적용하면 비용을 절감하고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높일 수 있는 일이 산재해 있는데, 우리는 지난 수년간 자원을 집중해 융합형 대형 시범사업을 벌였으나 실생활에 적용, 확산되는 것은 극도로 더디다.

빠른 시간 안에 스마트 서비스를 국민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스마트 서비스에 관한 범부처적 협력과 산업계의 정보기술 공유 등이 스마트하게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 ICT를 활용해 스마트하게 바꾸는 일을 서둘러야 한다.

사물인터넷, 5G 인프라를 바탕으로 열릴 초연결시대가 오면 공간이나 환경을 지능형 맞춤형으로 재구성해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에 설치된 사물은, 세계의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1%에 불과하다. 이는 세계 2% 정도를 차지하는 우리 경제규모에 크게 부족한 것으로, 초연결시대를 선도하려면 2020년에는 5%인 13억개 정도의 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해 그 기반을 닦아놓아야 한다. 수천만개의 신호등 및 CCTV, 계량기, 전등 등이 그 사물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업그레이드된 스마트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야만 한다. 2000년에 초고속인터넷을 바탕으로 인터넷뱅킹, 전자정부 등 많은 서비스들이 만들어져 세계최고의 인터넷 강국이 돼 인터넷경제를 급성장시켰듯이, 폭넓은 스마트서비스가 기반이 돼야만 사물인터넷이 주도하는 2020년쯤에 또 우리가 사물인터넷 최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제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스마트서비스CP hyunje@iit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