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 29, 2007

요즘 글로벌 기업의 공통고민은 '전력효율'

조선일보 071129
구글, 재생에너지 분야에 수억 달러 집중 투자
HP는 태양광 에너지로 수십만 달러 절약 계획
MS도 냉각효율 좋은 시베리아에 IDC 설립고려


글로벌 기업들이 전력효율 극대화를 위해 잇달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구글과 HP는 친환경 에너지를 통한 전력 소요비용을 줄이기로 했으며, MS는 데이터센터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토(凍土) 러시아 시베리아 동부 지역에 시설을 마련키로 했다.

◆구글, 재생에너지 기술에 수억 달러 투자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엔진 美 구글(Google)은 27일(현지시각)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에 향후 몇년간 수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래리 페이지(Larry Page) 구글 공동 창업자는 이날 현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석탄보다 싼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Renewable Energy Cheaper Than Coal,
http://www.google.com/renewable-energy), 일명 'REC'를 위해 수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첨단 태양열 에너지, 풍력, 그리고 첨단 지열발전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발전과 구글 데이타 센터의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 등을 목표로 전반적인 계획이 지난 봄에 이미 소개된 바 있다.

이번게 공개된 프로젝트는 지구 온난화 등 환경 파괴를 가져오는 화력발전소 전력보다 싼값에 친환경 재생에너지를 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 취지다. 구글은 내년까지 관련 전문가 20~30여명을 채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1기가와트의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석탄보다 경제적인 이런 에너지원 개발이 몇년 안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한다"고 지적했다. 1기가와트는 샌프란시스코 도시 전체에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는 "세계 전력 생산의 40%에 달하는 석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며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 생산이 경제성을 갖기 때문에 이제 개발할 시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으로 싼값에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은 빠르면 수 년 안에 가능하며, 특히 태양광 전기 가격은 예상보다 25~50%가량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태양광 에너지를 개발하는 이솔라(eSolar Inc.),와 풍력발전 전문업체인 마카니파워(Makani Power Inc.) 등 친환경 에너지 개발업체 두 곳과 손을 잡았다.

레리 브릴런트(Dr. Larry Brilliant) 구글재단(http://Google.org) 이사는 자료에서 "더 저렴한 기술로 좀 더 빨리 다가가기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며 "최악의 환경 변화를 피하기 위한 초저가, 친환경, 재활용 에너지을 구현하는 것에는 보통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글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 및 전세계에서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거나 식히는 최점단 기술 개발, ▲전기 생산을 위해 1.6메가와트 기업용 태양광 패널을 마운틴뷰에 설치, ▲1000만달러 규모의 'IT재충전(RechargeIT, http://www.google.org/recharge)'이라는 전기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 ▲기후 보호 컴퓨팅(Climate Savers Computing Initiative, http://www.climatesaverscomputing.org) 산업을 형성하기 위한 업계 리더로서 협력 등을 주요 과제로 추진해 왔다.

◆'전기먹는 하마' 구글 IDC의 에너지 효율 높일 목적인
구글은 저가의 상용 PC 서버로 세계 최대 규모의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2006년 당시 구글이 운영하는 서버의 추정치만 45만대(뉴욕타임즈 보도)가 넘을 것으로 추산했고, 현재는 전세계 수백만대 규모라는 주장도 있다. 특히 구글 플랫폼은 저가 하드웨어의 취약한 성능과 안정성을 지능적인 시스템 소프트웨어 설계를 통해 극복해 관심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해 1/3 이상 비용을 줄이면서도 확장성과 안정성, 개발 편의성을 구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전략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서버에 맞춰 IDC 전력 비용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래리 페이지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서 "기술은 석탄보다 더 저렴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산업이 성숙할 때 계속 진화할 수 있다"며 "비용 효율적이자 환경 친화적인(cost-competitive and green) 다른 기술을 개발하는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을 통해 비용 효율적인 사업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목표를 강조한 것이다.

이어 래리 페이지는 구글 공식 블로그에서도 "이렇게 되면 데이터센터 등 초대형, 에너지 집약형 시설을 지을 때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값싼 재생 전기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데 우리의 창의성과 혁신 능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이거나 운영할 예정인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비용을 낮추겠다는 계획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부분이다.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 구글 공동창업자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의미를 재확인해주고 있다. "왜 구글이 이미 포화상태인 재생에너지 시장에 뛰어드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1 킬로와트에 10센트에 팔고 있는 청정 에너지 기술 개발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물론 기존에도 이만큼 저렴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우리가 가격을 끌어 내려 경쟁력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지는 전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10센트라는 목표에 도달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4센트에 도달하려면 좀 더 중요한 기술적 장애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에 신경을 쓰는 것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지난해 인텔 개발자 포럼(Intel Developer Forum)에서 PC 제조업계에 "전력 효율이 더 강화된 PC 전원공급장치(PSU, Power Supply Unit) 규격을 마련해 달라"고 PC 하드웨어 업계에 요청하기도 했다. 구글이 하드웨어 설계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시 구글 데이터센터 설계 담당자 2명은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공개한 백서를 통해 “PC 업계가 1981년 IBM-PC 이후 계속된 ‘과거 전력’ 때문에 비효율적인 전원 공급장치를 사용하고 있다”며 "최근 PC들은 대부분 필요한 전원 규격을 주기판 레귤레이터에서 변환하기 때문에 전원 공급장치 표준 규격이 다중전압(multivoltage)일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구글 관계자는 이를 위해 "다중전압 규격의 전원 공급장치를 12볼트 출력으로 단일화하고, 필요한 전압 규격은 모두 PC 주기판에서 변환하자"고 제안했다.

◆HP도 '무공해 에너지'에 투자…비용 크게 줄어
이 밖에도 HP(http://www.hp.com/environment)도 27일(현지시각) 보도자료에서 "미국 샌디에이고 제조공장에 1메가와트 급 태양광 전기 생산 시스템을 설치하고, 내년에는 아일랜드에서 80기가와트 급 풍력 에너지를 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80만 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HP는 해당 태양광 시설을 15년 동안 운영-보수하는 계약을 썬파워(SunPower)사와 맺었다. 주요 시설은 7개 빌딩에 5000여개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HP는 향후 15년 동안 75만 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1년 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0만 파운드를 줄일 수 있는 규모다.

또 HP는 내년부터 아일랜드에서 풍력 발전 업체 에어트리시티(Airtricity)로부터 80기가와트급 재생 에너지를 공급받아, 4만 달러 이상 절약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HP가 아일렌드에 사용하는 에너지의 90%에 이르는 수준이다.

HP 역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설명과 함께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MS도 시베리아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냉각 효율 고려
MS 역시 마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 러시아 현지 언론들은 비르거 스텐(Birger Sten) MS 러시아 CEO가 지난주 말 발표한 자료를 인용, "MS가 1만대 서버를 갖춘 데이터센터를 시베리아 '이르쿠츠크(Irkutsk)' 지역에 세울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들은 "아일랜드에 있는 MS 데이터 센터의 구축 비용이 5억 달러 정도"라는 말을 소개하며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주요 회선은 트랜드텔레콤(Transtelecom) 광케이블로 연결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정보도 나왔다.

그러나 다른 언론들은 "MS가 러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지만, 설치 지역인 앙가르스크(Angarsk)와 이르쿠츠크(Irkutsk) 두 지역이 물망에 올랐을 뿐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지역 모두 동부 시베리아 지역인 것은 공통된 특징이다. MS 러시아 CEO는 "연간 50메가와트 수준의 안정적인 전력을 공받을 수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지만 현지 업계에서는 여러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IT는 중요하지 않다' 등을 쓴 IT 전략 전문가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r)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MS는 구글과 경쟁하기 위해 많은 데이터센터를 전 세계에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에만 캘리포니아 남부 및 북부, 오클라호마, 아이오와, 네덜란드 등에 새 시설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글과 MS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창의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서버를 식히기 위한 냉각플랜트의 물은 오리건(Oregon) 콜럼비아 강(Columbia River) 더댈러스(The Dalles) 급류를 활용할 예정이고, MS는 수많은 서버 랙을 쉽게 식히기 위해 시카고의 쌀쌀한 날씨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시베리아를 언급하는 것도 비슷한 목적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은 한겨울에는 영하 50도까지 떨어지며, 한여름에도 좀체 영상으로 올라가지 않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이크 마노스(Mike Manos) MS 데이터센터 수석 책임자는 C넷과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냉각을 위해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며 "시카고 윈디 시티(Windy City) 데이터센터가 차가운 겨울 날씨를 활용한 것처럼 시베리아도 마찬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07.11.29 09:16 / 수정 : 2007.11.29 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