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 7, 2007

세계가 죽 쒀도… ‘뜨는 증시’는 있다

개방된 中·印·러 등 세계증시와 따로 움직여
金·석유값도 꾸준히 상승세… 분산투자 권할 만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5일 2004를 기록한 후 약 7.4%(150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른 나라 증시들도 하락했다. 대만은 8% 넘는 하락률을 기록했고, 홍콩, 호주 등이 6% 넘는 하락을 기록했다. 그러나 반드시 다 폭락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같은 기간 동안 오히려 7%나 상승했다. 하락했더라도 하락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증시도 있다. 물론 미국(-4.4%), 독일(-3.7%)과 같은 안정성 있는 선진증시는 하락률이 낮지만 브라질·인도·러시아 같은 성장시장도 우리보다 낮은 5%대의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국내 증시가 올해 다른 해외 증시들에 비해 많이 오른 만큼 상대적으로 더 떨어진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증시 움직임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즉, 여러 나라에 투자해 놓으면 돌발적인 변수로 한 나라 증시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증시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이런 동시급락을 피할 수 있는, 분산투자가 가능한 시장은 어디가 있을까?

◆중국·인도·러시아는 따로 움직여=지난 2월 세계 동반 조정장에서 국내 증시는 5.39% 떨어진 반면 중국 상하이 증시는 오히려 0.49% 올랐다. 지난해 5~6월 조정 장세에서도 우리나라 증시는 16.70% 하락한 데 비해 중국 4.46%, 호주 9.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1~2년 정도로 기간을 멀찍이 두고 바라볼 때도, 우리증시나 세계증시와 달리 독자 행보를 걷고 있는 증시도 있다. 중국, 인도, 러시아의 경우가 그런 예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한해 거의 제자리 걸음(4% 상승)한 뒤 올해 가파른 상승세(30.8%·지난 3일 종가 기준)를 보였다. 반면, 중국(상하이종합) 주가는 지난해 130.4%의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70.5%로, 높게 올랐다. 인도와 러시아 증시는 작년 한해 46.7%, 70.7%씩 올랐으나 올해는 한 자릿수 상승률(9.8%, 2.5%)에 머물고 있다.

‘상관계수’도 이들 세 국가와 국내 증시와의 낮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상관계수란 두 지표가 얼마만큼 비슷하게 움직이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1에 가까울수록 두 개 시장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뜻한다. 중국 본토는 0.17(연초 대비 지난 3일 기준), 인도는 0.19, 러시아는 0.33(이머징 유럽 기준)을 나타냈다.



◆원자재 생산국, 덜 개방된 증시가 독자행보=이들 증시가 ‘나 홀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중국 본토(상하이·선전) 증시는 홍콩 증시와 달리 시장이 덜 개방됐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는 외국인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 이석진 애널리스트는 “중국 본토 증시는 세계 경제 동향보다는 정부정책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며 “지난 5월 이후 정부의 거래세 및 금리 인상 이후에는 세계 증시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수출이, 인도는 내수시장 움직임이 증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동시에 외국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세계 증시와 다소 동떨어지게 움직인다는 평가다.

◆금·석유도 분산투자 대상=또 다른 분산 투자처로는 금, 유가와 같은 실물(實物)을 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 가격(선물 기준)은 2005년 17.9%, 2006년 23.1%, 올해 5.7% 등 세계 증시의 등락과 관계 없이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상관관계 측면에서도 금과 유가는 각각 0.28, 0.23으로 낮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허진영 애널리스트는 “실물 펀드의 경우 실제 상품에 투자하는지, 관련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산투자의 목적이 투자의 안정성에 있는 만큼 투자대상 자체의 규모와 안정성도 반드시 따져야 한다.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분산 투자 효과를 거두려면 선진국과 이머징 마켓, 원자재와 최종재(제조) 산업 시장으로 투자처를 나누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