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14억4558만원 벌어 16억8814만원 써…인생 구조조정 서둘러야 ‘부도’ 면해
인생은 경제다. 일평생 소비와 지출을 어떻게 조절해가며 사느냐에 따라 흑자인생도 되고, 적자인생이 되기도 한다. 결혼·출산·집 장만·사교육비 등 우리가 살면서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애 이벤트는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그렇다면 흑자인생을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가상인물인 ‘홍길동’씨의 인생 수지 그래프를 소개하며 은퇴 후 30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다양한 재테크 방법과 컨설팅 사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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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값 폭등, 원-달러 환율 하락, 청년 실업, 현대차 노조 파업 등등.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나라경제를 흔드는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나라 경제는 이렇게 걱정하면서 ‘인생 경제’에 대해 걱정하고 대비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인생 설계’가 충실하면 나라 경제가 자연히 튼튼해지는데도 우린 그 중요한 것을 짐짓 외면하고 있다.
2005년 기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 수명은 78.63세(남성 75.14세, 여성 81.89세)로 조사됐다. 한국인의 은퇴 나이는 55세 전후. 대략 80평생을 가정하면 은퇴 후 30년을 화려하게 살 것인가, 쪼들리며 살 것인가를 결정짓는 시기는 바로 은퇴 전 30년이다.
대한민국 평범한 샐러리맨들이 아무리 열심히 벌고 성실하게 살아도 78세 시점에서는 마이너스 인생을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한민국 평균치를 사는 가상인물 홍길동씨의 인생 수지는 마이너스 2억4256만원이었다.
생애 평생 번 돈은 14억4558만원, 총 지출은 16억8814만원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홍길동씨는 중간에 사업이나 주식 투자에 실패해 재산을 날린 일이 없다. 온전히 월급으로 생활하며, 아이 낳고 주택 구입하고, 자녀 교육자금 등을 대며 살았다.
그의 인생 성적표가 적자로 나온 것은 늘어나는 수명, 조기 퇴직, 저금리, 고령화 사회에 따른 세금 부담, 높아지는 집값, 사교육비의 짐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25~55세까지 벌고 55~85세까지는 번 돈을 쓰기만 한다고 가정할 때 30년 후인 2037년엔 세끼 밥 먹고 사는데 최소 11억5322만원이 필요하다. 이 수치는 2007년 발표 법정 최저생계비용 2인 가구 기준 월 110만1618원(보건복지부 최저생계비 73만4412원×1.5)에 물가상승률 연 4%를 적용해 계산한 것이다.
즉 은퇴 시기인 55세 이후 일을 안 한다고 가정하면 수중에 11억5322만원을 가지고 있어야 이후 30년 동안 마이너스가 아닌 ‘0’으로 인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성이 없어 보이는가?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70년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100원이었으나 지금은 3500원이다. ‘10억원’은 지금 생각하면 큰 돈이지만 30년 후의 화폐가치로 볼 때 그다지 큰 돈이 아니다.
포도에셋의 최성우 팀장은 “여유롭게 쉬면서 여행이라도 다니려면 11억2352만원의 3배인 34억원 정도의 돈은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나 소득원은 없고 빚만 쌓일 때 극단적으로는 ‘개인 파산’까지 이를 수 있다. 파산은 경제적 사망선고다.
개인 파산이 급증하면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나라경제의 부실을 낳게 된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수는 9만6200건에 달했다. 지난 연말까지 1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5년 전체 신청자 수(3만8800건)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파산자 급증은 2004년 말 정부가 개인 파산 신청기준을 대폭 완화해 준 탓도 크지만 어쨌건 매년 증가 추세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이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할 수 있다. 기업도 부도가 나면 구조조정을 하듯 인생도 무너지기 전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흑자인생의 주인공이 되려면 하루라도 빨리 인생 설계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