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재테크를 하려면 우선 노후에 부부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부터 계산해 봐야 한다. 은퇴 후에도 당당한 부모가 되려면 월급처럼 매달 고정적인 수입이 필요하다.
특히 젊었을 때의 소비 습관을 은퇴 후 갑자기 바꾸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리 계획하지 않으면 은퇴 이후 삶이 매우 초라해질 수 있다. 은퇴 이후 필요한 소요 자금과 이를 위해 매달 얼마의 자금을 준비해야 하는지 계산하는 것이 은퇴 준비의 첫 단추다.
은퇴 후 월 생활비 추산 은퇴 자금을 계산하려면 노년에 얼마정도 소비할지 먼저 결정해야 한다. 현재 가치로 월 200만 원을 소비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화려하지는 않지만 보통 수준의 생활이 가능하다.
최저 수준 생활비는 월 100만 원, 해외여행도 가끔 다니면서 비교적 풍요롭게 살고 싶다면 월 300만 원 이상을 잡아야 한다. 만약 35세 회사원 A 씨가 현재가치 기준으로 월 200만 원을 소비하겠다고 정할 경우 노후에 필요한 연간 총 생활비는 2400만 원이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노후자금의 30%, 퇴직연금이 20% 정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할 자금은 연 1200만 원으로 계산할 수 있다.
노후 기간 예상 다음 단계로 퇴직 시점과 사망 시점을 개인별로 추산해야 한다. 만약 65세에 은퇴해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약 25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연령대가 낮을수록 사망 시점을 늦추는 게 좋다. 앞서 35세 직장인이 개인적으로 연 1200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가정했는데 이 경우 현재의 1200만 원은 65세가 되는 시점(30년 후)이 되면 물가상승률(연 3% 가정)을 감안했을 때 2913만 원(1200만 원×1.0330)이 된다.
노후기간 총 부족자금 산정 65세가 되는 시점에 본인이 충당해야 하는 한 해 생활비가 2913만 원이면 90세까지 25년간의 총 생활비를 65세 시점의 가치로 환산해 볼 수 있다. 만약 65세 이후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2.5%라고 가정하면 매년 생활비는 2.5% 만큼 복리로 늘어난다. 컴퓨터 엑셀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25년간 복리로 늘어난 돈을 모두 합해보면 총 10억 원 정도가 나온다.
하지만 65세 시점에 목돈을 정기예금으로 운용할 때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 만약 정기예금 이자를 3.5%로 가정하면 10억 원보다 적은 돈으로 살아갈 수 있다. 정확한 액수를 계산하기 위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할증한 생활비를 매년 3.5%씩 할인해 계산하면 65세 시점에서 총 6억4337만 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면 현재가치로 매년 1200만 원씩 소비하면서 노후를 보낼 수 있다.
매달 저축 금액 산정 65세까지 총 6억4337만 원을 만들려면 35세인 A 씨가 매년 저축해야 할 금액도 컴퓨터를 사용하면 쉽게 계산이 가능해진다.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해 ‘pmt’같은 수식을 활용하면 계산할 수 있다. A 씨의 경우 65세가 될 때까지 30년간 연 6%의 이자 수입을 올린다고 가정했을 경우 매년 768만 원 정도 저축해야 한다. 월 단위로는 64만 원 정도 저축해야 한다.
노후자금 계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월 저축액을 계산할 때 이율을 평균 6%로 계산했는데 다소 위험을 감수해서 10%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A 씨의 경우 월 저축액 30만 원이면 충분히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초과 수익을 내면 든든한 노후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위험 요인도 많다. 앞의 계산에서는 주로 생활비만을 산정했기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예상치 못한 일로 갑작스럽게 많은 현금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 당초 예상보다 수명이 길어지면 돈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은퇴 시기가 빨라져도 문제다. 국민연금이 우리를 크게 실망시킬 수도 있다. 젊은 시절 한두 번의 투자 실패로 큰 손해를 볼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
따라서 정확한 은퇴자금의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런 계산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노후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고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좋은 출발이 되기 때문이다.
위 계산법은 초보자들이 하기에 다소 어렵고 복잡하다. 이래저래 복잡하다고 느낀다면 미리 계산을 해놓은 테이블을 참고하면 된다. TNV금융컨설턴트그룹이 미리 계산해 놓은 표에 따르면 월 109만 원의 최저 수준으로 살아가겠다고 하면 40세 남성은 월 45만 원을 저축하면 된다. 물론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생활비의 50% 정도를 충당한다고 가정하면 이의 절반인 월 22만5000원 정도면 된다. 만일 월 198만 원의 보통 수준으로 살아가겠다면 이 남성은 월 56만5000원 정도를 저축해야 한다. 월 372만 원 정도 소비하면서 풍요롭게 살려면 40세 남성은 한 달에 106만 원을 개인적으로 저축해야 한다. TNV가 만든 표는 금리를 5%로 가정했고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산다는 것을 가정해 만들어진 수치다. 개인별 맞춤형 설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소요되는 자금을 쉽게 추산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 인생에는 수많은 위험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험에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많은 보호막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활용하면 통상 절반 정도의 노후자금이 마련된다고 보더라도 나머지 50%, 또 그 이상의 자금을 많이 마련해둘수록 좋다.
돈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오히려 소득이 적을수록 연금 재테크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 어디론가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돈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돈을 장기 투자하면 어떤 재테크보다 높은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