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자들이 무심코 넘어다는 부분이 수수료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펀드 수수료가 매우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은 펀드 수수료의 체계와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펀드 수수료의 체계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면서부터 자금을 찾을 때까지 지급하는 비용은 크게 보수와 수수료로 나누어 집니다. 우선 '보수(fee)'는 펀드가 만들어져 운용되고 청산될 때까지 펀드 운용에 대한 노력의 대가로 지급하는 비용입니다. 보수는 펀드 자산 금액에 약관에서 정한 비율을 곱해 정기적(매일)으로 부과됩니다. 반면 '수수료(commission)'는 투자자가 펀드를 구입할 때 판매에 대한 일을 맡아 처리해 준 데 대한 대가로 판매사(은행·증권사)에 일시적으로 지급하는 비용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경우 보수와 함께 펀드 가입시점에 판매사가 청구하는 선취판매 수수료가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최초 가입 때 판매사들이 주로 5% 정도의 선취판매 수수료를 떼고 운용사가 일정 비율의 판매·운용 보수를 청구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좀 다르답니다. 펀드 가입 때 별도로 선취판매 수수료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몇몇 외국계 펀드들이 미국식 선취판매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지만 한국 투자자들의 정서에 맞지 않아 별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로 보수 형태로 판매보수와 운용보수를 내는 게 일반적입니다. 때문에 우리나라 펀드 투자자들은 펀드 수수료가 아니라 펀드 보수를 낸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입니다. 펀드 보수율은 주식형 펀드의 경우 펀드 평가액의 1.72%(연) 정도입니다. 적립식 펀드는 다소 높아 연 2.13%에 달합니다. 이 중 펀드 판매사인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보수 명목으로 70% 정도를,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가 30% 정도를 운용보수로 가져갑니다. 이 같은 보수는 매일매일 계산돼 지급됩니다.
자신이 얼마의 보수율을 지급하는지는 펀드의 약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얼마의 금액을 보수로 내는지는 알기 힘들답니다. 운용사들이 매일매일 펀드에 편입한 주식의 움직임에 따라 산출되는 펀드 기준가격은 운용·판매 보수를 뗀 뒤 산출된 가격이기 때문입니다. 주의할 점은 대부분의 펀드가 원금손실이 발생했더라도 보수는 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수수료를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국내 펀드의 수수료 체계가 외국에 비해 불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수료율이 낮은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펀드 가입 때 수수료를 내는 대신 환매 수수료가 없는 선취형 펀드나 투자금액 또는 기간에 따라 수수료가 달리 적용되는 멀티클래스 펀드 상품을 잘 골라보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선취형 펀드는 펀드 가입 때 판매 수수료로 투자금의 1.0%가량을 우선 뗀답니다. 그 이후 일반 펀드와 마찬가지로 매년 펀드 순자산의 일정 비율을 보수(운용+판매+수탁+일반사무 비용)로 지급하는데 이때 적용되는 보수율이 0.32~1.86%로 일반 펀드(2.5% 안팎)에 비해 낮은 편입니다.
그러면 두 상품을 비교해 봅시다. 선취형 펀드인 A는 선취수수료가 1.0%, 연간 보수율이 1.09%입니다. 일반 펀드 B는 총보수로 연간 2.5%를 뗀답니다. 똑같은 1백만원을 투자해 1년 뒤 순자산이 1백50만원(1년 수익률 50%)이 됐다고 가정하면 A는 가입 때 선취수수료 1만원과 1년 뒤 1만6천3백50원(1백50만원×1.09%)을 보수로 내면 되지만 B는 3만7천5백원(1백50만원×2.5%)으로 선취수수료를 감안하고도 더 많은 보수를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따라서 선취형 펀드는 가입할 때 떼는 수수료가 높지만 갈수록 일반 펀드에 비해 매년 1%가량의 보수 절감 효과가 발생해 장기간 투자할수록 이익이 됩니다. 환매수수료가 없다는 것도 선취형 펀드의 장점으로 꼽습니다. 일반 펀드가 대개 90일이 안돼 환매 때 이익금의 70%를 환매수수료로 가져가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 미만의 단기 투자자들에게도 유리한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펀드 수수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투자 금액이 많거나 투자기간이 길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구조를 갖춘 '멀티클래스 펀드'는 대부분 가입 첫 해에는 다른 펀드와 같은 수수료를 받지만 두 번째 해부터는 최고 0.3~0.6%포인트까지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수수료 선취(先取)' 펀드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보통 펀드는 후불제로 수수료를 나중에 공제하지만, 수수료 선취 펀드는 펀드 가입 당시에 판매 수수료를 한꺼번에 낸 다음 가입하는 것입니다. 처음에 많은 돈(수수료)을 떼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불리하지만, 2년째부터는 판매수수료는 내지 않고 운용수수료만 내면 되므로 장기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주가지수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는 아예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상장주가지수 펀드(ETF)'를 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기 때문에 증권사에 주식거래 수수료(온라인의 경우 0.1~0.2%)만 지급하면 됩니다. 또 매달 일정액을 ETF에 투자하면 적립식 투자와 비슷한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다만, 주가가 급락했을 때 자산운용사의 인덱스 펀드들은 대부분 큰 손실은 나지 않도록 관리해주는 반면, ETF는 크게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