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와 다른 쪽 날개를 가진 새를 발견하여 짝을 이룰때까지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전설의 새.
비익조라는 새로 태어난 나는 불행하게도 태어나면서부터 왼쪽 날개 하나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잘 몰랐습니다. 그저 알에서 부화해서 눈부신 세상의 기쁨으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부지런히 받아 먹는 재미에 빠져 내가 날개가 한 짝뿐이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차차 시간이 지나고 날기를 배워야 할 때쯤 되어서야 나는 내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날기 위하여 온몸에 피멍이 들 정도로 수없이 둥지 밖으로 뛰어 내렸습니다.
날지 못하는 새는 새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정도 고통쯤은 어디까지나 날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둥지 밖으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러나 나는 곧 날개가 한 짝뿐이기 때문에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날 수가 없어 내 몸을 자세히 살펴보자 뜻밖에도 날개가 한 짝밖에 없었습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균형을 잡을 수 없어 아무리 노력해도 날 수가 없었습니다.
"엄마, 왜 내 날개가 하나뿐이지? 왜 하나뿐이야?"
나는 놀란 목소리로 엄마한테 물었습니다.
"너만 그런게 아니다. 놀라지 말아라.
봐라, 이 엄마도 날개가 하나뿐이다."
엄마는 별일이 아니라는 듯 천천히 몸을 움직여 당신의 하나뿐인 날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엄마의 날개도 정말 하나뿐이었습니다. 내가 왼쪽 날개 하나뿐인데 비해 엄마는 오른쪽 날개 하나뿐이었습니다.
"엄마......"
나는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하늘을 나는 엄마가 날개가 하나뿐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엄마뿐만이 아니다. 이곳에 사는 새들은 모두 날개가 하나뿐이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라. "
"엄마, 날개가 하나뿐인데 어떻게 날 수가 있어요? 나는 지금 날개가 하나뿐이기 때문에 날 수가 없잖아요?"
나는 엄마가 날개가 하나이면서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엄마가 어른이기 때문이다. 너도 어른이 되면 날개가 하나라도 얼마든지 날 수 있다. 그러니까 날기 위해서는 먼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엄마가 말하는 기다림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기다림이 뭐예요?"
"그건, 우리를 날 수 있게 하는 귀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날기보다 먼저 기다림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기다림 끝에 날 수 있다."
나는 엄마의 말씀에 적이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른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리기는 싫었지만
그 날부터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무엇을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인내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둥지 안에서 늘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아침햇살이 나를 보고 "너도 다 컸구나"하고 말했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어른이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당장 둥지 밖으로 나와 날기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오리처럼 뒤뚱거리다가 날개가 없는 오른쪽으로 픽 쓰러지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강한 바람이 불기를 기다렸다가 재차 시도해보아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 어른이 되어도 날 수가 없잖아요?"
나는 원망이 가득 찬 눈길로 엄마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빙긋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사랑을 한번 해보렴. 사랑을 해야 날 수가 있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바위에 머리를 부딪친 것같이 정신이 멍했습니다.
그 말은 내가 생전 처음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엄마, 사랑을, 어떻게 하죠?"
"네가 직접 한번 경험해보렴."
"사랑을 하지 않으면 날 수 없나요?"
"그렇단다. 우리는 사랑을 하지 않으면 날 수 없단다. 엄마가 한 쪽 날개만으로 날 수 있는 건 바로 사랑을 하기 때문이란다."
날기 위해서는 사랑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엄마가 어른이 될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한 것은 바로 사랑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사랑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엄마한테 물어보아도 어디까지나 내 힘으로 사랑을 찾아야 한다고 만 할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풀잎아, 사랑이 뭐니?"
나는 길을 가다가 풀잎에게 물었습니다. 풀잎은 그저 말없이 웃을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참 길을 가다가 나랑 똑같이 생긴 새 한 마리를 만나 그만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순간, 내 가슴은 떨려왔습니다.
사랑은 눈을 마주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것이었습니다.
풀잎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랑을 무슨 풀잎의 이름인 줄 알았던 나 자신이 우스워 그만 픽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러자 그 새도 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그렇게 웃음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날기 위하여 서로 사랑을 찾아 나섰다는 사실을 곧 알아차렸습니다. 그도 사랑하면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